“러군이 우리 집에 폭탄 숨겼다”…부차에 남은 전쟁 공포
http://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594740?sid=104
부차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작은 도시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포위한 채 수도 함락을 노렸던 지난 3월, 그 길목에 위치한 부차와 주민들은 러시아군에 점령당한 채 전쟁의 고통을 떠안았다. 러시아가 저지른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의 참상을 전하기 위한 이번 취재에서 부차는 빠질 수 없는 취재지였다.
14일(현지시각) 부차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며 찬찬히 살펴봤다. 도시에 남겨진 피해 흔적들을 통해 몇 가지 반복된 러시아군의 공격 패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낮은 건물보다는 높은 건물, 높은 층에 공격이 집중됐고, 주민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문들은 강제로 뜯겨진 경우가 많았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높은 건물을 처음 본 러시아군이 시기해서 그런 것이라 주장했지만, 러시아군이 퇴각했으니 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간인 거주지인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와서는 돈이 되는 옷이나 보석 등을 수색하며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는 다수의 증언은 일치했다.
한 아파트에 들어섰다. 9층짜리 건물 중 2층의 문이 모두 뜯겨져 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 대신 자전거와 서랍 등이 출입구를 막고 있다. 주민들은 러시아군이 나중에 자기 집으로 돌아올 사람을 죽이려 마당에 지뢰를 묻어두거나 전자레인지, 아기 침대 등에 폭탄을 설치해뒀다고 증언했다. 물론 그 증언의 사실 여부는 추후 확인이 필요하지만, 다시 사람이 돌아와 살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는 집들은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거짓이 아님을 대신 말하고 있었다.
거리에서도 전쟁의 상처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부차 지역의 대표적인 쇼핑몰 ‘부차 파사주(Bucha Passage mall)’의 창문들도 다 깨져 있었다. 깨진 유리창 너머 아수라장이 된 채 방치된 내부가 보였다. 바로 옆 식료품 가게 들머리에 있는 음료 냉장고에도, 길 건너에 약국 들머리에도 총탄 흔적이 가득했다.
그러나 물리적인 피해보다 더욱 깊은 상처는 주민들의 마음에 남아 있다. 피해 지점에서 일상을 살고 있었을 사람들을 넣어 공습 당시를 생각해보면 건물에 남겨진 총탄과 포격 자국이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마음에 새겼을 공포와 불안을 짐작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대포에 피격된 건물을 사진찍기 위해 드론을 띄웠을 때에도 그랬다. 드론 소리에 모여든 주민들은 기자의 목에 걸린 기자증을 보고서 격앙된 목소리로 “기자면 드론을 날려도 되는 거냐, 취재허가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적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다양하게 쓰인 까닭에 주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일단 드론을 착륙시킨 뒤 소지하고 있던 취재허가증을 보여주며 상황을 설명했다. 낯선 이방인을 향한 그들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놀라움, 화남이 뒤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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